피스보트 후기 - 휴학 후 떠난 세계일주 세계일주 크루즈여행을 떠나다. 어디든 좋으니 떠나보고 싶어서 휴학을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모두가 열심히 하는 시기에 남들이 하는 만큼 노력해서 서울에 있는 평범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위험하고 도전적인 일을 어려워하던 나였지만, 평범한 것을 떠나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해 보고 싶었다. 학교와 학교 근처의 집, 도서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을 번갈아 다니며 매일 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나에겐 ‘세계 여행’, 심지어 큰 배를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도는 ‘피스보트 세계 일주’란 꿈만 같은 일이였다. 일본에서 출발해 다시 일본으로 도착하는 104일간의 세계일주는내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을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비행기로 갔더라면 너무 빠르고 행성의 표면에 닿지 않는 느낌이라 감이 안 왔을 테고, 그렇다고 지구 한 바퀴를 걷거나 육지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돌기에는 무리가 있는 일이였을 것이다. 책에서나 말로만 들어보던 홍해, 아덴만 해협, 센느 강, 송내 피요르드, 대서양, 태평양 등을 항해했고, 규모가 크고 웅장했던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도 지났다.어렸을 때 보던 티비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오던 버뮤다 삼각지대로 들어본 버뮤다, 여행을 하기 전에는 몰랐던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와 같은 나라들을 기항한 일도 이번 여행이 아니면 해보지 못 할 일들이였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보내온 20여년의 시간들에 비하면정말 짧은 고작 3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그 3개월은 넓고 다양한 지구를 느끼고 여러 사람들과 생각들을 꽉꽉 채워서 경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행이 마치고 돌아온 현재 ● 평범한 것이 재미없어 새로운 것을 느끼고자 찾아 떠난 여행이었는데 그런 나의 마음을 충족해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으로 돌아와 생각해보았다. 보이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한 관광지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맛있는 음식들, 경험 해 보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것들이라 좋고 꿈만 같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 해 보니 기억 속에 남은 것들은 더 사소하고 나의 가까이에 있는 것들 이였다. 지구 어디에 있든 볼 수 있는 해와 달, 그리고 별들, 누군가가 소중한 사람을 위해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들,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바람, 맥주 한잔에 웃고 떠들며 밤이 새도록 이어지던 이야기와 사람들... 지금은 여행이 끝났다. 다시 매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예전과 같다면 같을 수도 있는 그러한 환경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 포르토에서 보던 저녁 노을과 한적함을 서울 하늘을 보며 한강을 따라 산책하며 느끼고, 코펜하겐에서 타던 자전거를 서울시 따릉이의 폐달을 밟으며 추억한다. 이번 주말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느꼈던 숲을 떠올리며 식물을 하나 사서 키워볼까 생각중이다. 여행이 일상이 되면, 일상이 여행이 된다는 말이 있다. 여행이 일상이 되었으니 이젠 일상을 여행으로 살아 볼 때 인 것 같다.
착한여행 2017-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