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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 산맥을 따라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만나다 6박8일
조지아&아르메니아 기행단상.. 와인 빛 매혹의 땅을 맛보다.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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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아 & 아르메니아 기행단상.. 와인 빛 매혹의 땅을 맛보다.>



 

해발 2170m에 자리한 게르게티(Gergeti) 수도원 마당에 들어섰다. 마을이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서 흰 구름 허리쯤에 걸친 해발 5037m의 카즈베키(Kazbegi)산을 아득히 올려다 본다. 수도원이 거대한 산들에 폭 안겨있는 형국. 요요하다. 매 한 마리가 산과 산 사이 망망한 공간을 유유히 난다. 저 매 보다 훨씬 높이 날아야 겨우 보일 것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지구의 어느 지역 어떤 지형의 맥락 속에 있는지. 

 

위로는 유럽 최고봉들 즐비한 코카서스 산맥이 길게 동서로 버티고 있고 왼쪽엔 흑해, 오른쪽엔 카스피해가 놓였다.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으리. 그러나 내가 만약 ‘호모 에렉투스 게오르기쿠스(이곳에 살았던 1백60만~1백80만 년 전 직립보행 인류)의 우두머리로, 매 보다 더 높이 올라 천사의 눈으로 내려다 볼 수만 있었다면, 이곳을 맘껏 사랑은 할지언정 둥지를 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를 실천하는 영악한 어떤 이들처럼. 

 

카스피해 너머 러시아가 서양 문명의 중심지인 지중해를 향해 내려가기 위해선 최단거리인 이곳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지중해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북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도 이곳은 최적의 통로다. 실크로드의 교차점이 이곳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둥지를 틀게 되면 운명은 지정학적으로 흐른다. 세상이치가 그러하지 않은가. 흐르면 일단 번성한다. 이쪽저쪽이 섞이고 만난다. 땅 마저 비옥하니 문명은 개화하되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사뮤엘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에서 말했던 ‘문명의 단층선’에 해당한다. 결국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접점을 이루어 피를 튀겼다. 지정학적 고달픔으로 말하자면 우리 한반도의 몇 배는 될 듯하다. 그 정점이 20세기 아르메니아인 150만 대학살이었다. 

 

세상만사가 양면의 동전이다. 곳곳이 핏빛 매혹을 토해낸다. 인류 최고(最古) 장밋빛 러브주(酒)의 근원이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아르메니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내내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아라랏산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노아의 방주가 마침내 다다랐던 산. 노아가 가족을 이끌고 포도씨를 새로이 심었던 곳. 실제 5000년 전의 포도 씨앗과 가죽신발이 이곳에서 발견됐단다. 그 씨가 피워낸 와인을 여행 내내 마셨다. 푸시킨이 프랑스 와인은 비교될 바 아니라고 말했다는 조지아 와인을 마셨고 아르메니아 와인도 마셨다. 맛과 깊이가 쌍벽을 이룬다. 문화의 근본 토양이 같아서일까. 음식도 여행자의 입으론 그다지 구별이 안된다. 따뜻한 눈매의 시골 할머니가 우물처럼 생긴 흙화덕 안벽에 밀가루 반죽을 철썩 붙였고, 바닥의 장작 불잉걸에 빵이 모락모락 익었다. 여행 하는 일주일 내내 이 빵(모양은 다르지만 조지아에선 ‘쇼티’, 아르메니아에선 ‘라바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을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이 빵이 그들에겐 밥이었다. 이 외에도 영양 높은 화산토와 물이 빚어낸 야채, 꿀, 브랜디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었다. “한 주일 내내 비슷한 것만 먹으니 좀 힘들죠?” 함께 한 동료가 조심스레 말하긴 했지만.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암굴 수도원 게르하르트(Geghard)에는 조용히 성가를 부르며 기도하는 이가 있었다. 그레고리안 성가를 떠올리게 했고, 어떤 대가의 음악과도 비할 수 없는 울림이었다. 세계 최초로(기원301-303년) 지어진 기독교 건축물 ‘에치미아진(Echmiadzin) 대성당’에 입혀진 아름다운 문양 앞에서는 모두의 입이 벙하게 벌어졌다. 이 모두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었다. 예수의 몸 깊숙이 들어갔던 ‘롱기누스의 창’을 직접 눈으로 만날 땐 신앙을 초월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지상과 천상이 육과 영의 간극을 두고 하나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여행은 캅차스(코카서스) 지방의 한 조각을 아주 살짝 맛 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서 들먹인 건 그 맛본 것의 백 분의 일 정도나 될까. 그만큼 아쉽고도 풍성했다. 가짜는 요란하고 진짜는 조촐해도 담담한 법. 코카서스의 두 나라가 그랬다. 

 

 

글. 김신식 (전 포항MBC, 어린이TV, KNN PD, 현 전방위 프리랜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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